뱀부는 얼마 전에 80일 간의 극한의 다이어트를 마쳤다. 바디 프로필을 찍기 위해서였는데, 너무 긴 이야기라 나중에 차차 포스팅 하겠지만, 다이어트 막바지쯤에 제일 먹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쉑쉑버거SHAKE SHACK의 쉑스택이었다. 어찌나 먹고 싶었던지 쉑스택과 결혼하는 꿈까지 꿨을 정도다 (사실 구라임. 오늘 2020년 4월 1일 만우절이니까 한 번만 봐주세요.) 그동안 기회가 없다가 이날이 괜찮은 것 같아서, 영등포 타임스퀘어로 드디어 쉑스택 사마를 영접하러 갔다. 가기 전에 가산디지털단지의 ABC 마트에 들러 스페리 탑사이더의 캡틴 CVO도 구매했는데, 이 역시 추후에 포스팅하도록 하겠다.
영등포 타임스퀘어에는 입구가 여러 군데 있는데, 3번 게이트가 쉑쉑버거에서 가장 가까우니 참고하도록 하자.
3번 게이트로 들어가서 오른쪽을 보면 바로 쉑쉑버거가 보인다. 사진이 어디로 날아갔는지 저장이 안 됐는데, 매장 입구에서 온도계로 비접촉식 체온계로 체온을 재야 들어갈 수 있도록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방역을 하고 있었다.
모양새로 보건대 아마 요새 많이들 구매하시는 휴비딕 체온계였던 것 같다. 나도 이번에 제대로 된 체온계를 사려고 많이 검색해봤던 터라 잘 알고 있다. 나는 집에서 쓰는 걸 살 거라서 비접촉식 체온계나 휴비딕 체온계를 구매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제일 기본에 충실한 체온계다. 손소독제 구비도 빼먹지 않고. 여러 식당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책을 내놓고 있긴 한데, 이렇게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식당은 처음이라, 궁금해져서 쉑쉐버거의 우리나라 본사인 SPC 그룹 홈페이지에 들어가봤다.
아무래도 전사적인 차원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 지원에 꽤 신경을 쓰고 있는 모양이다. 칭찬할만한 일이다. 이 자리를 빌려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계시는 전국의 모든 의료인을 비롯한 소상공인 자영업자분들에게 힘내시라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어서 이 어려운 시기가 지나가기를 마음 깊이 바랄 뿐이다.
콜라 리필이 가능한지 여쭤보니, 탄산음료는 횟수에 관계없이 리필이 된다 하셨다. 뱀는 쉑스택 단품과 제로콜라를 주문했다. 그런데, 마침 지금이 행사중이라 쉑스택을 주문하면 무료로 콜라 라지를 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개이득 데헷!😋😋주문이 끝나면 진동벨을 주시는데, 쉑쉑버거는 주문 즉시 만들기 때문에 10분 정도 걸린다고 하셨다.
쉑쉑버거를 보면 버거계의 애플 같다는 생각이 든다. 뱀부는 아이폰을 네 대째 쓰고 있고, 심지어 애플의 주주株主지만, 그동안 애플의 가격정책에는 회의적인 입장이라 애플社의 다른 제품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애플이 들으면 코웃음도 치지 않겠지만, 나는 그에 대한 작은 반항 같은 의미로, 폰을 바꿀 때는 2~3년 지난 모델을 미중고의 공기계로 구입해서 사용하는 전략을 택했다. 물론, 전자기기에 큰 관심이 없다는 것과, 내 직업상 새 폰을 개통해서 약정을 걸 유인이 없다는 이유도 한몫 했지만. 갤럭시 등의 안드로이드 폰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그저 오랫동안 사용했기 때문에 차곡차곡 쌓여 개인화된 데이터와 귀찮음 때문이었지, 충성도 같은 건 눈꼽 만큼도 없었다. 그랬던 내가 작년 말에 모종의 이유로 맥북 프로 신형을 구매하게 되었고, 그때서야 나는 그동안 마주쳤던 수많은 '앱등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애플 제품은 하나만 있을 때는 제 기능을 다 발휘하지 못 한다. 적어도 두 개 이상의 애플 제품을 사용해야만이, 그 모든 기능을 끌어 쓸 수 있는 것이다. 맥북을 사고 나서 약 1주일 정도 지났을 때, 그때서야 나는 그동안 어쩌면 잘 알고 있었지만 애써 외면하고 쉬쉬했던 사실을 속 시원하게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 '애플은 소유하는 것 자체만으로 이른바 '간지'가 난다는 것을.' 그리고 그 아우라는 뛰어난 기능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결국 나는 지난주에 애플워치까지 구매하고야 말았다. 앱등이는 앱등앱등 하고 웁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쉑쉑버거 역시 탄탄한 브랜딩 덕에, '간지'나는 이미지를 잘 챙겨가고 있다. SHAKE SHACK의 버거를 그대로 가져다가 맥도날드에서 판매한다 해도, 쉑쉑버거에서의 경험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는 없다. 쉑쉑버거는 소비자로 하여금 단순히 식食,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게 한다.
매장의 의자는 패스트푸드점 답게 딱딱하고 편하지 않다. 소파석이 몇 군데 있긴 했지만 좌석수가 적고 쿠션도 좋지는 않았다. 화장실은 이런 복합쇼핑몰이 으레 그러하듯, 매장 외부에 위치해있어서 조금 걸어가야 했다. 하지만 청결도는 매우 좋으니 차라리 이 편이 나을 수도 있겠다.
나는 소금과 후추를 좋아해서 버거 위에 덧뿌렸다. 사진의 토마토 위로 보인다. 맛이야 말해 무엇할까. 이건 그냥 맛있다. 소고기에 치즈 얹고 알 실한 버섯을 튀김옷 입혀 튀긴 걸 신선한 채소와 빵과 같이 먹는다. 이건 몇 세기 전에 돌아가신 조상님이 오셔서 드셔도 "맛있구나 고얀 후손놈 지만 이런 거 처먹고 내 제삿상엔 엄한 거나 올리고" 하면서 엄지를 치켜세우고 성불하실 맛이다. 이날은 콜라를 두 번 리필했는데,
언젠가 어느 개그프로에서, 패스트푸드점에서 먹을 것을 잔뜩 시킨 뒤, 마지막에는 다이어트 콜라를 달라고 하는 것을 희화화 한 적이 있었다. 아마도 그때를 기점으로, 제로콜라를 마시는 것은 어쩐지 사람들의 눈치가 보이고, 머쓱하고, 쿨하지 못 하다는 인상이 사회적으로 남게 된 것 같다. 뱀부는 무얼 먹든 가능하다면 항상 제로콜라를 마신다. 이유는 간단하다. 250ml 콜라 한 캔에 들어있는 당류 27g을 섭취하지 않고도 콜라의 맛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뱀부는 오리지널 콜라와 맛의 차이를 별로 느끼지 못 할 뿐만 아니라, 되레 제로콜라 쪽이 입안에 남는 끈적함 같은 게 없어서 더 상쾌한 느낌이다. 당이 인체에 해로운 이유는 당장 구글에다가만 쳐봐도 쏟아져 나오니 여기에서까지 설명하지 않겠다. 누구는 생각할 수도 있겠다. 햄버거 먹으면서 무슨 건강 생각이야. 하지만 습관이라는 것은 당장 그 순간의 문제가 아니다. 뱀부는 탄산음료와 함께하는 음식을 먹을 때는 음료를 많이 마시는 편이라 3캔 분량 이상은 마시지만, 적게 먹는 사람이라 한 캔만 마신다고 치자.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일주일에 두 캔 정도 소비를 한다고 치자. 그러면 한달이면 8캔이고, 불필요하게 섭취하지 않아도 되는 당류의 총량이 약 216g이다. 이를 칼로리로 환산하면, 탄수화물은 1g당 4kcal의 열량을 가지니 864kcal이고, 8개월 간 이를 반복하면 순수 지방으로만 1kg를 찌우는 일을 막을 수 있다(지방 1kg은 7,700kcal). 이것이 습관이 가지는 힘이다. 이보다 더 많은 양의 콜라를 섭취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결과는 말할 것도 없겠고, 이런 습관이 단순히 8개월이 아닌 평생 지속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결과는 더 극적일 것이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다이어트 콜라가 몸에 더 안 좋다고. 그런 사람에게 제로콜라의 어떤 성분이 단맛을 내는지 물어보면 대답을 통 못 한다. 수크랄로스와 아세설팜칼륨은 안정성이 입증된 지 오래고, 논란이 있다 한들, 당류의 유해성은 명백한데 그쪽을 피하는 것이 당연히 합리적인 선택이다. 글이 길어졌지만 아무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선택은 그것이 누군가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 있다면 타인이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개인은 각자 사용할 수 있는 역량이 정해져있고, 그것을 라이프 스타일의 어디에 얼만큼 분배할지는 전적으로 본인의 자유다. 살이 쪘든 말랐든, 근육이 있든 없든, 운동을 하든 안 하든, 옷을 신경을 쓰든 안 쓰든, 화장을 하든 안 하든, 머리를 어떻게 하든 전부 당사자가 본인의 가치관에 따라 결정하고 책임질 일이지, 남이 감놔라 배놔라 할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햄버거를 맛있게 먹고 나오니 약속장소까지 약 두 시간이 남았다. 약속장소가 마포역 인근이었는데, 배도 부르고 날도 좋아서 마포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헬스장이 문을 닫은 지 오래 돼서 유산소를 안 한 지도 꽤 되었고, 영등포역에서 마포까지는 마포대교를 건너면 되는 직선코스라 길 찾기도 쉬워 걸어 가면 시간 안배가 적절히 될 것 같았다.
마포대교를 건너기 전, 다리에서 내려다보는 한강 둔치에 자리 잡은 행락객들. 지상에는 벚꽃이 이미 만개했는데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아직도 요원하기만 하다. 안타깝다.
가시는 길과 기타 정보는 이러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신다면 1호선 영등포역 1번출구가 가장 가까울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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