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여행기 (5) 썸네일형 리스트형 05. 국제 언어로써의 영어와 깊어진다는 것 이전의 마지막 여행지는 태국 - 라오스 - 베트남의 동남아 3국이었다. 그로부터 약 3년이 흘렀다. 그동안 여행을 다니지 못 한 건 물론이고, 사적으로 영어를 할 기회도 별로 주어지지 않았다. 직업상 얼굴을 맞대고 영어를 해야 하긴 하지만, 정해진 비즈니스만 처리하면 되니 스피킹에 큰 도움이 되진 않는다. 화학제품운반선의 항해사와 육상 관계자 간의 업무가 언제나 나이스하게 이루어지기만 하는 것은 아니라, 사담을 깊게 나눌 기회도 별로 없다. 요는, 마지막 여행으로부터 지금까지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딱히 내 영어 스피킹이 성장할 만한 기회가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날씨, 냄새, 음식, 소음…. 여행자들에게 여행을 실감나게 하는 것이 무어냐고 물으면 여러 대답이 나오겠지만, 나에게는 그 나라의 말이나 영어를.. 04. 푸른발부비새와 사회적으로 무가치한 꿈 남미 여행을 결심한 것은 전적으로 이 새 때문이었다. 새를 알게된 것은 아마 스물한 살 무렵이었다. 의미 없는 웹서핑을 하다 푸른발부비새(푸른발얼가니새, Blue-footed booby)의 이미지와 마주했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종류의 것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깊고 푸른 그 발에 나는 한눈에, 완전히 매료됐다. 새는 갈라파고스 제도와 그 인근 해안에만 산다고 했다. 거기가 어디든 언젠가 꼭 이 새와 만날 거라고 다짐했다. 그때 나는 갈라파고스 제도가 어느 나라의 땅인지도 몰랐다. 그로부터 십수 년이 흘렀다. 꿈과 현실이 항상 대척점에 서있는 것은 아니지만 꿈보다는 현실 쪽에 걸친 발에 조금 더 힘을 실어야 하는 시간들이 많았다. 나는 현실에 충실했다. 탁하고 깊은 물에 얼굴을 묻고 잠수하듯... 03. 에콰도르 꾸야베노 아마존 투어, 지구는 잠깐 빌린 거래 아마존 투어는 여행을 떠나기 며칠 전까지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다. 왠지 아마존 하면 베어 그릴스 같은 프로 생조니스트가 가는 곳이고 나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쉽게 허락되지 않는 그런 곳일 것 같은 느낌이기 때문이다. 지레 겁먹은 거 맞다. 또 다른 이유는 일정과 위치 때문이었다. 보통은 아마존 하면 브라질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엔 브라질이 여정의 마지막으로 예정되어 있어서, 계획 없이 느슨하게 여행하고 싶은데, 3박4일짜리가 마지막쯤에 위치해있으면 여행이 바빠질 것 같아서 제외하고 싶었다. 그런데 아마존은 브라질 뿐 아니라 남미 곳곳을 관통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곳이 에콰도르의 꾸야베노Cuyabeno라는 곳이었고, 투어 역시 난이도도 높지 않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걸 .. 02. 에콰도르 키토, 항해사에게 적도선이 의미하는 바 (미따 델 문도Mita del mudo) 여행의 시작은 2022년 12월 14일. 시작부터 평탄치 않았다. 원래 티켓은 인천 - 나리타 - 휴스턴 - 에콰도르 키토 였는데, 공항을 가던 도중 받게 된 나리타 - 휴스턴 항공기의 결항 소식. 결국 비행기는 인천 - 나리타 - 샌프란시스코 - 휴스턴 - 키토의 여정으로 변경되었다. 스탑오버 두 번도 힘든데 총 세 번을 했다. 최종 도착 시간에는 변경이 없어서 일정 자체에 무리가 생기지는 않은 게 불행 중 다행일까. 항공기 결항을 겪은 것은 처음이라, 아예 일정이 다 뒤틀리는 줄 알고 걱정을 많이 했다. 그렇게 서른 시간이 넘는 시간을 걸려 키토에 도착했다. 숙소 직원의 택시를 타고 숙소에 도착. 에콰도르(Equador)의 국명은 적도(Equator, 이퀘이터)와 관련이 있다. 말 그대로 나라 안에 .. 01. 길 위의 인연과 결혼관 여행기는 블로그에 쓸 생각이었다. 여기(인스타그램)에 주절대기엔 지나치게 개인적이고, 진지하고, 길다. 유희라는 이곳의 원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 블로그의 비밀번호를 찾기 위한 문의에 대한 답은 연휴 이후에나 올 것이다. 그러니 이 글은 아마 여기에 남기는 처음이자 마지막 긴 여행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라고 쓰기 시작했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블로그에 올림 ㅎㅎ) 둥그런 빵에 끼운 살라미 네 장, 체다 치즈 한 장, 매운 소스 조금. 이 샌드위치 두 개. 아니면 컵라면. 이게 내 끼니였다. 잠은 이틀은 텐트에서, 하루는 산장에서 잤다. 처음부터 이런 궁상맞은 트레킹을 계획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처음 하는 장거리 트레킹이기 때문에 체력에만 집중하고 싶어 식사나 잠자리는 돈으로 해결할 생각이었다. 이..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