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친구의 소개로 마포역 인근에 위치한 작은 섬소년이라는 이자카야식? 포차식? 해산물을 주로 하는 술집에 다녀왔습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여긴 그냥 미쳤습니다. 일단 우리나라에서 이런 분위기를 내는 술집이 정말 손에 꼽도록 드물쥬? 있다 한들, 가격이 당신의 잦은 출입을 윤허하지 않을겝니다. 하지만 여긴 달라요. 이 분위기 그대로 논현, 청담으로 옮겨가면 아마 뭔 일이 나도 날 겁니다. 각설하고 포스팅 시작하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형태의 좌석을 '다찌'라고 하죠. 왠지 일본어에서 건너온 것 같은 느낌의 이 단어는, 사실 정체 불명의 외래어입니다. 추측건대, 선술집의 일본어인 다찌노미야立ち飲み屋에서 앞 글자만 따온 게 아닌가 싶네요. 일본의 선술집의 내부엔 저런 좌석이 많거든요.
보시다 시피, 카운터 석을 따라 신선해보이는 해물 얼음 위에 올라있습니다. 일단 비주얼과 분위기로 압도 되는 느낌입니다.
이날 제가 좀 일찍 도착해서, 가게 내부에 아직 사람들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덕분에 달랑 하나 있는 테이블 석을 운좋게 차지할 수 있었죠. 일행들보다도 먼저 와서, 사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일행을 기다리며 혼자 생맥주 한잔을 마셨습니다.
드디어 일행들이 왔고, 음식을 주문했습니다. 첫 안주는 고등어구이로 했습니다. 식사의 첫 시작은 언제나 단백질로 해야죠. 그래야 부국강병합니다. ? 고등어는 바삭하게 잘 구워서 내주십니다. 이도저도 아니게 삶듯이 구운 집의 고등어는 잘 손이 안 가죠. 나쁜 비린내 없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한 5년 전만 하더라도 가격대가 낮은 곳에서 생 와사비를 사용하면 더 볼 것 없이 맛집인 경우가 많았는데, 요새는 생 와사비를 많이들 쓰시는 것 같아요. 직접 간 것인지 제품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가루를 개어쓰는 것보다는 훨씬 향이 좋습니다.
메뉴판에 써 있는 대로, 이 집은 1인 1메뉴가 기본 원칙이고, 야채류의 첫 주문은 3개 이상이어야 합니다. 저희는 꽈리고추 구이(2,000원), 마늘 버터 구이(3,000원), 가지 구이(4,000원)을 주문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특별할 것 없는 그냥 그런 야채 구이겠지만, 저는 이렇게 적은 양으로 여러 메뉴를 먹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런 집이 드물어서 항상 아쉬웠습니다. 이날 제대로 찾은 셈이죠. 저는 웬만한 음식에는 밑간을 해야 맛있다는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 받자마자 소금후추를 살짝씩 다 쳐줬습니다. 맛이야 뭐 다들 아시는 그 맛입니다. 가지가 약간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는데, 저는 그 흐물한 식감을 사랑하는 인간이라 매우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친구가 그렇게 극찬을 했던 마 구이를 실제로 영접하였습니다. 이 집 얘기를 할 때마다 하도 호들갑을 떨어서 확 한 대 치고 싶었는데 실제로 먹어보니 그렇게 생각했던 제 자신을 확 한 대 치고 싶었습니다. 겉은 아삭하고 속은 녹진한 게 한 조각 당 소주 한 잔 각이었습니다. 여기에도 물론 소금은 쳤죠. 이날 치고 싶었던 게 참 많네요.
요건 좀 살짝 비싼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만... 그래도 신선해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광어, 전복, 멍게가 올라가 있네요.
오랜만에 이런 느낌의 술집에 오니 옛날 일본에서 직장생활 하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일본에서는 식당에서도 일회용 나무 젓가락을 많이 쓰는데, 당시 술 마시러 가면 항상 저렇게 젓가락 포장지로 젓가락 받침을 만들어서 쓰곤 했었습니다. 그 직장이 저에겐 정직원으로써는 첫 직장이었습니다. 직장 생활 뿐 아니라 모든 것이 서툰 막내라 힘든 일도, 기쁜 일도, 미안한 일도, 고마운 일도 많았는데, 술도 한 잔 들어갔겠다, 여러 생각이 들더라고요.
화장실은 매장 외부에 있습니다. 보이시는 대로 재래식 좌변기라, 화장실은 별로 좋지는 않습니다. 좌석도 그리 편하지도, 불편하지도 않은 그냥 나무 의자입니다.
가격대를 저렴하게 구성하려면 얼마든 저렴하게 술 한 잔 할 수 있는 곳입니다. 가격적인 메리트가 없다고 하더라도, 일단 분위기가 정말 좋고, 내어주시는 음식이 모두 맛깔나니, 주변에 갈 일이 있으시다면 한 번쯤은 방문해도 좋을 곳입니다. 저는 단골이 될 것 같네요 히히!
지하철을 이용하신다면 5호선 마포역 1번출구가 가장 가깝습니다. 1번 출구로 나오셔서 첫 번째 골목으로 진입하셔서 쭉 가시다보면 아래 사진과 같은 골목이 나옵니다. 그 안쪽으로 들어가시다보면 왼편에 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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