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부는 향을 좋아합니다. 어느 누가 그렇지 않겠느냐만, 저는 또래의 남자들보다는 조금 더 좋아하는 편이지요. 이 말을 쓰면서 생각해봤는데, 향에 있어서 뿐만 라이프 스타일의 전반적인 취향이 다소 중성적인 편인 것 같습니다. 취향이 그렇다는 거지 저는 대단히 이성애자입니다. 아무튼 요새 코로나 바이러스도 성행하고 있고, 외출 후에 귀가해서 간편하게 펌핑해 쓸 수 있는 비누가 뭐가 있을까, 알아보다가 르 라보 히노끼 핸드솝을 구매하기로 했습니다. 코로나 때문인지는 몰라도 요새 르 라보 핸드솝이 너무 잘 나가서, 재고가 다 빠져있더군요. 저는 원래 이태원점을 방문하려다가, 전화해보니 전부 품절이라고 해서 가로수길지점에 전화 확인 후 히노끼 핸드솝은 재고가 하나 남았다고 해서 서둘러 방문하였습니다.
르 라보 핸드솝은 두 종류가 있습니다. 바질향과 히노끼향. 매장에 들른 김에 바질향도 한 번 사용해보았는데, 히노끼 향보다는 무난한 편이었습니다. 초록 식물의 약간 상쾌한 향이었는데, 지금 글을 쓰면서 되짚어본 기억이 뿌연 것을 보니 정말 무난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무난하다는 것은 한방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핸드솝에서 한방을 찾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만... 히노끼Hinoki는, 편백나무의 일어 독음입니다. 편백나무는 내구성, 내수성耐水性, 항균성이 좋아 고급 목재로도 잘 알려져 있지만, 그 특유의 향이 강하고 좋아서 생활 용품으로도 두루 이용되기도 합니다. 저도 아주 좋아하고요. 참고로 뱀부가 쓰고있는 엔드그레인 도마 역시 히노끼제입니다. 그런 히노끼로 핸드솝을 만들다니, 저는 도저히 구매하지 않고는 버틸 힘이 없었읍니다... 아무튼 그리하여 히노끼 핸드솝을 구매하고 이제 매장을 천천히 둘러보았습니다.
르 라보는 '향'을 만드는 곳이지만 향에만 집중하지 않았습니다. 자신들이 어떤 브랜드이고, 어떤 사상을 담고 있는지,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지 알리기 위해, 말을 하기보다 시각적인 방법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대중에게 아주 효과적으로 어필된 듯 싶습니다. 소리 없는 아우성이지요. 사람들이 르 라보를 구매할 때, 그들은 향만 구매하지 않습니다. 르 라보가 천천히, 치밀하게, 차곡차곡 쌓아올린 브랜드 이미지를 같이 구매하고, 소유하게 되는 거죠. 르 라보가 왜 저렴할 수 없는지, 이해가 가는 대목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다른 분야나 미학, 혹은 철학과 제품에서 영향을 받습니다. 와비사비(wabi-sabi) 정신은 불완전하고 영원하지 않으며 미완성인 것들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얘기하는 철학이며, 르 라보가 하는 모든 것들은 이 와비사비 정신의 영향을 받습니다.”
르 라보 공동 창립자 - 파브리스 피노(Fabrice Penot)와 에두아르 로쉬(Edouard Roschi)
르 라보Le Labo는, The laboratory, 실험실이라는 뜻의 프랑스어입니다. 뉴욕발 브랜드가 왜 프랑스의 브랜드명을 쓰는가 했더니, 창립자가 프랑스 파리에서 나고 자랐다고 하네요. 아무튼 집으로 돌아가 핸드솝을 꺼내보았습니다.
제가 왜 굳이 이런 쇼핑백까지 올리는 허세를 부릴까요. 아래를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르 라보는 한 제지회사의 장인정신을 높이 사서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기도 하였습니다. 비록 한정판이었지만, 자신들의 제품에 쓰이는 거라면 무엇 하나도 허투루 보지 않는다는 거죠. 뱀부처럼 비전문가인 사람이, 이거 왜 이렇게 비싸? 하는 생각이 들면, 무작정 까기보다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이면에 무엇이 숨어있을까 곰곰이 생각을 해보는 것이 더 현명한 판단일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위 SIWA WASHI PAPER 중, SIWA는 회사 이름이고 WASHI는 일본 전통 종이를 뜻하는 화지和紙의 독음인데, 위의 창립자에 말에서도 와비사비가 나온 것을 보면, 르 라보는 일뽕이 아닌가 하는 킹리적 갓심이 듭니다.
요기에 종이를 벗겨보라고 써있길래 벗겨봤더니
요렇게 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다 쓴 용기를 버릴 때, 플라스틱 용기와 저 스티커를 떼서 분리수거 하라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아아,, 환경까지 생각하시는 르 라보 당신은 도덕익힘책,,!
한 번 펌핑한 양은 위 사진 정도 입니다. 점도가 높지 않아서 상당히 묽은 제형이고요. 물을 섞어서 손을 씻어봤더니, 일반 비누에 비해 거품이 덜 생깁니다. 계면활성제를 덜 사용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건 그냥 제 뇌피셜입니다. 믿지 마세요. 위에 올린 핸드솝 후면 사진에, Sodium lauryl sulfate라고 써있는 것이 계면활성제입니다. 분명히 들어가 있어요. 다만 거품이 적게 나서 조금 적게 들어갔나 싶은 겁니다.
이제 가장 중요한 향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편백나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제품 답게, 숲 속으로 걸어 들어가면 느껴지는 상쾌한 나무의 냄새가 은은하게 납니다. 따듯하고 마음을 설레게 하는 향입니다. 위스키를 마실 때, 코 밑 저 멀리서부터 서서히 시향 하잖아요. 지금 저 아래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제 양 손에서 마치 위스키의 그것처럼 은은한 향이 슬슬 올라옵니다. 손을 씻은 지 약 한 시간이 좀 넘었는데도 계속 나는 걸 보니 지속성도 좋은 것 같습니다. 다만, 저는 원래 핸드크림을 안 쓰는데, 의식해서인지 손이 조금 건조한 느낌이 듭니다. 만약 본인이 손이 좀 건조한 편이라면, 따로 로션이나 핸드크림을 바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설거지 후에 손 씻을 때도 쓰고 싶어서 싱크대의 근처에 두었습니다. 한동안은 설거지를 마치고, 그리고, 귀가해서 손을 씻고 나서 가슴 설레는 시간들이 이어질 것 같습니다. 어쩌면 설거지를 하고 싶어지거나, 귀가가 일러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건 아닌가? 데헷😋😋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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