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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스타일/건강

내가 다이어트로 23kg를 감량할 수 있었던 진짜 이유 / 좌절까지 품을 수 있는 용기에 대하여

 

바디 프로필 촬영 당일 아침의 체중. 제 신장은 약 181cm입니다. 약 한 달이 지난 지금은 조금 증량 시킨 68kg~69kg 정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오늘(2020년 4월 17일)은 기상 직후 독서 하기 습관을 시작한 지 12일째 되는 날입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엔 책을 읽지 않았어요. 어제 과음한 탓에 피곤한 이유도 있었고, 기상 후 급히 해결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독서를 해야 할 여유가 없었지요. 제 습관이 무너진 걸까요? 저는 습관 만들기 도전에 실패한 걸까요? 난 역시 안 돼, 나까짓 게 뭘, 하면서 좌절하고 다시 원래 대로 늦게 일어나고 책은 남는 시간에만 보는 인간으로 되돌아가면 되는 걸까요? 정답은 물론 아닙니다.

 

제가 다이어트를 시작한 날은 작년 여름인 2019년 7월입니다. 당시 저는 상선에 승선하여 항해사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출렁이는 바다에서는 체중계로 체중을 측정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정확하지는 않지만, 당시 체중이 약 87kg 정도였을 겁니다. 2018년에 승선 했던 배에서 상급자에게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생전 처음으로 입맛이 없다는 게 뭔지 알게 됐고, 불면증으로 당직을 마치고 내려와 방에 누워 단 1분도 못 잔 채로 눈만 감고 있다가 다시 당직에 올라갔을 정도로 고생을 했습니다. 밥을 반 공기 정도만 먹는 버릇을, 당시까지로 치면 약 5년이 넘는 기간동안 들여왔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먹을 걸로라도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않으면 정말 제가 어떻게 돼버릴 것 같아서, 먹을 걸로 스트레스를 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차곡차곡 예쁘게 쌓아온 지방을 이젠 놓아줄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이제 제목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다이어트를 시작했을 무렵에 제가 세운 원칙은 딱 두 가지 였습니다. 첫 번째는, 밥 반 공기만 먹는 습관 다시 들이기. 두 번째는 야식 먹지 않기. 이 무렵엔 제가 영양에 대해 지금보다 훨씬 더 무지 했던 시절이었습니다. 또한, 배에서는 단체급식을 진행하므로, 음식을 원하는 대로 챙겨먹기는 어려우니 비교적 심플한 방법을 택했던 것이지요.

 

제가 배를 내린 것이 2019년 11월 말입니다. 약 4개월의 시간이 흘러, 78kg가 되었습니다. 9kg 정도를 감량했네요. 그렇다면 그 4개월 동안, 저는 득도한 성인聖人 마냥 한 번도 저 원칙을 깨지 않았기 때문에 감량을 할 수 있었던 걸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게장이나 젓갈 같은 밥도둑 반찬이 나온 날엔 밥을 많이 먹은 날도 있고, 선장님께서 야식을 먹자 하시면 컵라면에 김치까지 곁들여서 맛있게 먹은 적도 있습니다. 

 

자기가 세운 원칙을 깨뜨리는 것이 좋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지킬 수 있는 한에서는 최대한 지키는 것이 당연히 좋지요. 하지만 잘 아시다시피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입니다. 사람이라면 실패할 수밖에 없어요. 달리다보면 필연적으로 넘어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넘어지지 않고 잘 달리는 법을 익히기보다, 넘어지면서 찾아오는 좌절까지 품을 수 있는 용기를 길러야 합니다. 

 

물론 저도 제가 세웠던 원칙을 잘 지키지 못 했던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목표했던 바를 이룰 수 있었던 더 중요한 이유는, 바로 좌절까지 품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이어트는 단기적으로 한 번 짧고 굵게 진행하기보다, 라이프 스타일로 정착 시켜야 합니다. 미용이라는 협소한 의미 뿐만 아니라, 건강이라는 보다 넓은 의미까지 확장 시켜본다면 더욱 그렇지요. 

 

저도 그랬듯, 보통 다이어트를 하기 시작하면 무리할 정도로 타이트한 원칙을 세우고 고통스럽게 하루하루를 견딥니다. 그러다보니 이 고통스러운 다이어트가 하루라도 빨리 끝났으면 하는 마음에 매일 체중계를 들여다보고, 숫자에 집착하게 됩니다. 이 숫자가 생각 만큼 빨리 줄어들지 않거나, 식욕을 참지 못 해 뭔가를 먹고나면, 좌절감에 빠지게 됩니다.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나, 하는 생각에 자존감도 많이 떨어지고요. 심한 경우에는 그냥 다이어트 자체를 때려치우고 다시 폭식을 하는 경우도 있지요.

 

삶의 많은 부분이 그러하듯, 다이어트 역시 멘탈 게임입니다. 정신력 싸움이라는 거예요. 체중이 줄어들지 않거나 혹은 늘었다고 해도, 식욕을 참지 못 했어도, 좌절하지 않고 일희일비 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체중계가 가리키는 숫자는 체지방 이외에도 많은 부분이 관여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지표는 될 수 있어도 다이어트의 절대적인 기준은 될 수 없습니다. 다이어트는 하루하루가 아니고, 일주일, 한 달, 그 이상의 장기전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그 장기전 동안 진 날보다 이긴 날이 많으면 되는 거예요. 오늘 못 참고 뭘 먹었다 하면, 좌절하고 슬퍼하기보다, 내일은 그만큼 평소보다 더 깨끗한 식단을 진행하면 됩니다. 

 

이건 비단 다이어트에 국한 된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삶의 전반에 두루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지요. 학용품을 깜빡하고 놓고 온 내 자신, 기한까지 과제 제출을 하지 못 한 내 자신, 이달의 목표치를 밑도는 성과를 기록한 내 자신까지 다 사랑해야 합니다. 저도 내일 아침엔 다시 책을 읽을 거예요. 오늘 못 했다고 뭐 세상이 무너지는 건 아니잖아요. 이 글을 여기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도 좌절까지 품을 수 있는 용기, 이쁜 나 뿐만 아니라 못난 나까지 안아줄 수 있는 넓은 아량을 갖게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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