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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스타일/건강

바디프로필 사진 드뎌 나왔넹! / 이면을 보는 눈

사회에 드러난 많은 결과물들은 그 과정을 보여주지 못 합니다. 구조적으로 그렇지요. 과정을 드러내야할 유인Insentive이 없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합니다.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그 가치를 더 극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불필요한 비용을 소모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타인의 성취에 시기심을 갖게 되는 감정을 이르는 말이지요. 이것을 순 우리말의 단어로는 '잘코사니'라고 합니다.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명사
고소하게 여겨지는 일. 주로 미운 사람이 불행을 당한 경우에 하는 말이다.

감탄사
미운 사람의 불행을 고소하게 여길 때에 내는 소리.

 

우리말의 잘코사니와 비슷한 말이 독일어에도 있습니다. 심리학에서 자주 인용 되는 말로,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가 그것입니다. 독일어 ‘샤덴(Schaden; 손실, 고통)’과 ‘프로이데(Freude; 환희, 기쁨)를 합친 말로 다른 사람의 불행이나 고통을 보면서 느끼는 기쁨을 뜻합니다.

 

잘코사니, 샤덴프로이데의 차이는 잘코사니는 주로 미운 사람에게 일어나는 감정이고, 샤덴프로이데는 딱히 미운 사람에게 한정되지 않는 것입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샤덴프로이데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것은 다른 감정입니다. 타인의 불행을 고소하게 여기는 것과, 타인의 성취에 질투를 느끼는 것과는 다르니까요. 다만, '잘 되는 이'를 시기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맥락에 놓여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요.

 

우리의 직관적인 생각과는 달리,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감정이나, 샤덴프로이데는 부끄럽거나 부자연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그러한 일이 일어났을 때, 우리 뇌의 특정 영역이 활성화 된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이런 감정들이 단발적이거나 우연에 의한 것이 아닌, 우리 두뇌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반응이라는 것이 명백하게 드러났다는 말입니다.

 

오해는 하지 마세요. 부자연스럽지 않다는 말은 긍정적이거나 생산적이라는 말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인간의 본능적, 생리적인 기제지만, 우리 삶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는 말이지요.

 

샤덴프로이데는 자존감이 낮은 사람에게서 더 크게 발생한다고 합니다. 이런 감정을 더 자주, 깊게 느끼는 사람은 삶의 어딘가에 자존감이 결여되어 있는지 돌아보는 것이 우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이 감정은 쾌감과 동시에 씁쓸하고 불쾌한 뒷맛, 자기혐오를 동반합니다. 그렇다면, 자연발생적이지만 부정적인 이 감정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요? 좀 더 생산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샤덴프로이데는 과정을 보지 못 하는 데서 기인합니다. 사촌이 땅 문서에 날인 하기까지 감내해야 했던 수많은 모진 일들을 전부 돌아볼 수 있다면 배가 아프기만 할까요? 어쩌면 나는 저렇게 안 살겠다며 손사레를 치고 도망갈지도 모를 일입니다.

 

저는 요 몇 년 새에, 어떤 훌륭한 결과물을 보면 그저 감탄만 하기보다는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의 과정을 상상하는 훈련을 스스로에게 시키고 있습니다. 저도 흔하디 흔한 평범한 인간이니, 누군가의 성취를 보면 살살 배가 아파오는 때가 많습니다. 이것은 진화심리학적으로도 타당한 본능입니다.

 

단, 지난 글에서도 밝혔듯, 저는 인간의 발전이 본능을 거스르고 이겨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배만 아프고, 샤덴프로이데만 느끼고 있어서는 우리에게는 아무런 발전이 없습니다. 당장의 쾌감은 차치且置합시다. 이런 감정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여 나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게 하려면, 우리는 의식적으로 그 이면을, 과정을 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이 기업이, 이 단체가, 이 사람이, 이런 성취를 이루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겠는가. 어떤 노력을 해왔겠는가.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삶에 건강한 동기부여가 됩니다. 내가 그 과정에 참여하는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그 성취는 나와는 전혀 관계 없는 세상의 성취에서, 조금이나마 나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성취로 서서히 변해 갑니다.

 

2020년 3월 20일에 촬영했던 바디프로필의 보정본을 얼마 전에 받았습니다. 주어진 기간 동안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했었기에 후회도 미련도 없습니다. 항상 말하는 것이지만, 비교해야 할 것은 남이 아닌 과거의 나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부족하고 모자란 부분은 앞으로 채워나가면 됩니다. 저는 더 강해지고, 더 발전합니다.

 

땅을 산 정도도 아닙니다. 어디에 내놓고 자랑할 만큼 좋은 몸이 아닌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질투나 시기를 불러 일으킬 만큼 대단한 그런 것도 당연히 아니고요. 다만, 제가 오늘 이 글을 쓴 이유는, 겉으로 드러나는 하잘것없는 이 몇 장의 결과물이 아니라, 돼지 헬린이가 목표를 세우고, 그나마 이만큼이 되기까지 거쳐왔을 과정을, 이면을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에서였습니다. 사진은 아래에 첨부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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