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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강남 고층빌딩 루프탑으로 올라온 수산시장, 강남어시장 / 강남 논현 맛집 술집

영롱한 친구일세,,

 

건물 외관입니다. 1층에 일렉트로 마트가 들어가 있어 쉽게 찾을 수 있어요.

이날은 논현동의 강남어시장에 방문했습니다. 논현동 한복판의 고층빌딩 루프탑에 어시장이 생겼다니 안 가고는 버틸 힘이 제게는 없지 않겠습니까?

매장 전경

실제로 어시장을 가져다 옮겨 놓은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직원분들도 활기차시고, 주방도 다 트여있어 개방감이 좋습니다. 진열장을 코앞에서 볼 수 있도록 해놓은 거나, 보드에 매직으로 가격을 써놓은 것에서 신선함을 더 느낄 수 있습니다. 이곳은 루프탑도 개장하는데, 아쉽게도 제가 방문한 날은 루프탑을 개장하지 않아 실내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테이블 셋팅 역시 시장의 그것과 비슷합니다. 의도된 촌스러움이랄까요.

메뉴는 대략 이러합니다.
푸른 쇼케이스와 와인셀러
막장 이놈 진짜 지립니다.
기본 상차림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막장입니다. 예사 장과 참기름을 쓰지 않으시는 듯 합니다. 참기름 향이 정말 향기롭고 된장도 부드럽고 아주 고소합니다. 저는 회를 먹을 때 보통 와사비와 간장으로만 먹고 초장, 막장은 맛만 보는 편인데, 이게 너무 맛있어서 두 번이나 리필을 했습니다. 진짜 맛있어용.

모듬회 (1인 30,000원)

이날 주문한 것은 모듬회였습니다. 도화새우, 광어, 도미, 자비리, 농어, 호타테, 아까미, 오오토로, 시마아지, 다금바리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다금바리를 여기서 먹어보네요. 사실 저 처음입니다. 이거 먹어보는 거. ㅎㅎ 맛이야 말해 뭐하겠습니까. 보이는 대로의 맛 그대로입니다. 그냥 행복이지요. 몸도 마음도 행복해집니다. 

저 파스타처럼 생긴 해초가 꼬시래기입니다. 

기본 안주로 쌈, 샐러드, 소라, 절인 배추, 해초 등을 주십니다. 저 꼬시래기가 저는 너무 맛있어서 한 대접을 먹은 듯 싶습니다. 쌈이랑 같이 싸서 막장 올려서 먹으니 꼬들꼬들 한 게 식감이 아주 좋더라고요. 이름도 귀엽습니다. 꼬시래기.

서비스로 주신 우메보시 두 알

이곳의 셰프이신 김형석 셰프님께서 우메보시(매실절임) 두 알을 서비스로 주셨습니다. 하이엔드 스시야에서나 쓰이는 좋은 놈이라는 설명과 함께요. 제 지론持論 중 하나가, '호불호가 갈릴 법한 음식을 처음 먹을 때는 무조건 잘 하는 곳으로 가야한다'는 것입니다. 홍어, 고수, 날것 등, 특유의 강한 향이나 맛 때문에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음식이 있지요. 그런 음식을 처음 접할 때, 아무 데나 가서 별로 좋지 않은 것을 먹고 '역시 맛이 없다'는 생각을 한 번 해버리게 되면, 그게 트라우마로 남아 그 뒤로는 그 음식을 입에 대지도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사실은 그 음식 자체에 문제가 있던 게 아니라, 그 집이 썩 잘하지 못 했던 것일지도 모를 일인데 말이지요. 정말 아쉬운 일이지요. 한 음식에 대한 식도락을 평생 느끼지 못 하는 거잖아요. 정말 잘 하는 집에서 먹어봐도 입에 안 맞는다면, 그땐 정말 안 맞는 것이니 그때 가서 안 먹어도 늦지 않습니다.

 

제게는 우메보시가 호불호 갈리는 음식이었습니다. 저는 못 먹는 음식이 거의 없다시피 한 데다 오히려 처음 먹어보는 음식에 도전하는 것을 몹시 즐깁니다. 하지만 우메보시는 예외였어요. 제가 우메보시를 처음 접한 것이 아마 일본에서 교환학생을 지내던 때일 겁니다. 당시 저는 너무 곤궁한 생활 탓에 편의점 도시락보다 못 한, 동네 마트에서 유통기한이 가까워져 떨이로 팔려고 내어놓은 도시락으로 연명하곤 했습니다. 

대략 이런 비주얼입니다.

그런 도시락들을보면 사진처럼 으레 밥 위에 우메보시를 얹어놓곤 하지요. 일장기를 연상케 해 우리나라 사람의 정서에는 별로 좋지 못 한 비주얼입니다만 그냥 맨 밥만 떨렁 넣어 팔기에는 너무 초라해서 얹고는 하는 것 같습니다. 우메보시를 좋아하는 일본인도 많다기에, 저도 처음엔 그냥 먹어보았습니다. 저는 뭐든지 잘 먹으니까 당연히 괜찮을 줄 알았지요.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너무 시고 너무 짜고... 도대체 무슨 맛으로 먹는지 알 수 없는 맛이었고, 몇 차례 더 시도한 끝에 결국 저는 그 뒤로 우메보시를 먹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랬던 제 트라우마를 김형석 쉐프님께서 이날 깨주셨습니다. 일단 씨알 자체가 평소에 접하던 우메보시의 약 세 배 정도의 크기였습니다. 다 먹고 뱉어낸 씨앗이 보통 우메보시의 크기 정도와 비슷했으니까요. 과육의 식감이 엄청 부드럽고 크리미했습니다. 보통 우메보시에는 식감이랄 게 별로 없습니다. 씨알도 작거니와, 다 마르고 절여져서 질깃한 정도지요. 부담스럽지 않게 적당한 새큼함과 부드럽게 퍼지는 달콤한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원래라면 먹지도 않고 한 켠에 치워놓을 놈이 술이랑 같이 먹겠다고 아껴가며 깨물어 먹었을 정도니 말 다 했죠. '호불호가 갈릴 법한 음식을 처음 먹을 때는 무조건 잘 하는 곳으로 가야한다'는 제 지론이 다시 한 번 증명 된 순간이었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날 때쯤 서비스로 시로모모 사이다를 한 병 주셨습니다. 달콤한 백도의 향이 느껴지는 탄산음료였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감사 말씀 올립니다.

 

해산물이 먹고 싶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날 곳입니다. 재방문 의사는 확실합니다. 제 주머니가 윤허해준다면 말입니다..  큰 건물이니 만큼 화장실도 깨끗합니다.

 

정보는 위와 같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신다면 논현역 2번출구가 가장 가깝습니다. 맛있게 드시고 오세용. 감사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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