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투어는 여행을 떠나기 며칠 전까지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다. 왠지 아마존 하면 베어 그릴스 같은 프로 생조니스트가 가는 곳이고 나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쉽게 허락되지 않는 그런 곳일 것 같은 느낌이기 때문이다. 지레 겁먹은 거 맞다. 또 다른 이유는 일정과 위치 때문이었다. 보통은 아마존 하면 브라질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엔 브라질이 여정의 마지막으로 예정되어 있어서, 계획 없이 느슨하게 여행하고 싶은데, 3박4일짜리가 마지막쯤에 위치해있으면 여행이 바빠질 것 같아서 제외하고 싶었다. 그런데 아마존은 브라질 뿐 아니라 남미 곳곳을 관통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곳이 에콰도르의 꾸야베노Cuyabeno라는 곳이었고, 투어 역시 난이도도 높지 않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걸 여행 출발 직전에 알았고, 확정을 한 건 에콰도르에 도착하고 나서였다. 이것이 진정 P의 여행.
이게 님들한테 필요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예약을 한 곳은 아래.
https://bambooecolodge.com/booking/
코스는 2박, 3박, 4박으로 다양하다.
나는 2박으로 갔다가, 만난 사람들도 좋고, 아쉬워서 3박으로 변경한 케이스
가격은 미화 320불.
혼자 온 사람 나밲에 없음.. 아시아 사람 나밲에 읎음..
여행이란 이런 것인가부당..
여기다가 내가 3박4일 동안 뭘 했는지 줄줄이 적어봐야 재미도 없을테니 일정에 관한 것은 아래에 링크로 갈음하니 관심 있는 분은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https://bambooecolodge.com/amazon-jungle-tour/
대략적으로만 말하자면
1일차 - 숙소로 향하는 강을 타고 올라가면서 간단한 투어 및 입실, 카누잉
2일차 - 하루 웬종일 카누잉 해서 엔진보트로는 들어갈 수 없는 곳 투어, 열대우림 투어
3일차 - 꾸야베노 원주민 문화 체험
4일차 - 아침에 새 구경하고 복귀
모든 일정에 저녁 선셋 구경, 나이트 워킹 포함.
간단하게 썼지만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정이 꽉 차있기도 하고, 전부 다 활동적인 일정이라 널럴하진 않고 밤에 잠 아주 잘 올 정도로 피로가 있다.
밑으로는 벌레 사진도 있으니 주의하시길.
벌레를 무서워하거나, 불편한 야생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이 투어는 하지 않는 편이 좋다.
3박4일 간의 투어를 진행하면서 내가 본 동물 중 크게 생각나는 건 나무늘보, 안경원숭이를 포함한 여러 종의 원숭이, 하피 이글, 담수에 사는 핑크 돌고래, 딱따구리, 부엉이를 포함한 여러 종류의 새, 타란튤라, 늑대거미, 각종 전갈 등 뭐 셀 수 없이 많다. 중요한 건 이런 동물들을 동물원에서 우리 안에 갇힌 상태가 아니라, 자연 그대로에서 야생에서 봤다는 거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야생동물을 마주할 일이 거의 없다. 끽해봐야 길냥이, 길강아지, 비둘기나 참새 뭐 이 정도. 가끔 고라니나 새 몇 종류. 내가 언제 이런 동식물들을 야생에서 볼 수 있을까.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동물원이 윤리적이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하고 싶지도 않다. 또 언제 열대우림Rain forest를 걸어볼 수 있을까. 열대 우림은 지구에서도 매우 제한적으로 존재한다.
이런 설명에 마음이 동한다면 돈이 얼마든 한 번쯤은 해 볼 가치가 있는 투어라고 생각한다.
사진을 다 싣기에는 재미도 의미도 없어서 요기까지만 올린다. 위 사진 중간에 보이는 가이드 루이스는 3박4일 일정을 함께 했다. 그는 네이티브 랭귀지(아마도 소수민족 언어), 스페인어, 영어, 독일어까지 여러 말을 할 수 있고, 이 아마존에서 나서 자라 야생에 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었다.
일 년에 동아시아 사람 몇 명 정도가 방문하냐는 내 물음에 그는 아주 적게 온다고 답했다. 그리고 지구 반대편까지 와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별 말씀을요, 하고 답한 뒤 저야말로 이런 아름다운 자연을 보존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일어선 채로 노를 저으면서, 이렇게 말해준 사람은 내가 처음이라고 고맙다고 했다. 그게 진짜인지 아닌지 나는 모른다. 루이스는 그날 밤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다시 한 번 꺼냈다.
꾸야베노 아마존 투어를 하다 보면, 우림의 기온과 습도를 영구적으로 적어놓은 팻말을 보게 된다. 우림에서는 연중 날씨가 큰 변함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루이스는 여기에 적힌 것보다 현재의 기온이 훨씬 높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이과수 폭포를 방문했다. 폭포의 백미인 악마의 목구멍에는 갈 수 없었다. 예년보다 10배 더 많이 내린 폭우 때문에 수위가 높아져서 보행로가 막혔다고 했다. 지구는 지금 우리만의 것이 아니다. 어딘가에서 지나치게 많이 본 탓에, 이제는 겉이 맨들맨들 닳아버린 것처럼 아무 자극도 주지 못 하는 이 모호한 문장을 우리는 지금이라도 꼼꼼히 뜯어보고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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