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남미 여행기

03. 에콰도르 꾸야베노 아마존 투어, 지구는 잠깐 빌린 거래

 

아마존 투어는 여행을 떠나기 며칠 전까지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다. 왠지 아마존 하면 베어 그릴스 같은 프로 생조니스트가 가는 곳이고 나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쉽게 허락되지 않는 그런 곳일 것 같은 느낌이기 때문이다. 지레 겁먹은 거 맞다. 또 다른 이유는 일정과 위치 때문이었다. 보통은 아마존 하면 브라질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엔 브라질이 여정의 마지막으로 예정되어 있어서, 계획 없이 느슨하게 여행하고 싶은데, 3박4일짜리가 마지막쯤에 위치해있으면 여행이 바빠질 것 같아서 제외하고 싶었다. 그런데 아마존은 브라질 뿐 아니라 남미 곳곳을 관통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곳이 에콰도르의 꾸야베노Cuyabeno라는 곳이었고, 투어 역시 난이도도 높지 않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걸 여행 출발 직전에 알았고, 확정을 한 건 에콰도르에 도착하고 나서였다. 이것이 진정 P의 여행.

 

이게 님들한테 필요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예약을 한 곳은 아래.

 

https://bambooecolodge.com/booking/

 

Amazon Tour Booking - Bamboo Lodge * Cuyabeno Wildlife Reserve, Ecuador

Bamboo Lodge - Easy booking! Book your 3 day Amazon Trip, a 4 day Jungle Tour or a 5 day Rainforest Expedition wit Bamboo Lodge, Cuyabeno, Ecuador

bambooecolodge.com

 

코스는 2박, 3박, 4박으로 다양하다.

 

나는 2박으로 갔다가, 만난 사람들도 좋고, 아쉬워서 3박으로 변경한 케이스

가격은 미화 320불. 

 

ㅎㅎ

 

 

혼자 온 사람 나밲에 없음.. 아시아 사람 나밲에 읎음..

여행이란 이런 것인가부당.. 

 

여기다가 내가 3박4일 동안 뭘 했는지 줄줄이 적어봐야 재미도 없을테니 일정에 관한 것은 아래에 링크로 갈음하니 관심 있는 분은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https://bambooecolodge.com/amazon-jungle-tour/

 

4 days & 3 nights Amazon Jungle Tour • Bamboo Lodge - Cuyabeno Wildlife Reserve, Ecuador

Pure Jungle Tour- Itinerary. Visit the Cuyabeno Reserve with Bamboo Lodge and live the rainforest adventure of your life time"

bambooecolodge.com

 

대략적으로만 말하자면

 

1일차 - 숙소로 향하는 강을 타고 올라가면서 간단한 투어 및 입실, 카누잉

2일차 - 하루 웬종일 카누잉 해서 엔진보트로는 들어갈 수 없는 곳 투어, 열대우림 투어

3일차 - 꾸야베노 원주민 문화 체험

4일차 - 아침에 새 구경하고 복귀

 

모든 일정에 저녁 선셋 구경, 나이트 워킹 포함.

 

간단하게 썼지만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정이 꽉 차있기도 하고, 전부 다 활동적인 일정이라 널럴하진 않고 밤에 잠 아주 잘 올 정도로 피로가 있다. 

 

밑으로는 벌레 사진도 있으니 주의하시길.

 

 

 

 

벌레를 무서워하거나, 불편한 야생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이 투어는 하지 않는 편이 좋다.

 

3박4일 간의 투어를 진행하면서 내가 본 동물 중 크게 생각나는 건 나무늘보, 안경원숭이를 포함한 여러 종의 원숭이, 하피 이글, 담수에 사는 핑크 돌고래, 딱따구리, 부엉이를 포함한 여러 종류의 새, 타란튤라, 늑대거미, 각종 전갈 등 뭐 셀 수 없이 많다. 중요한 건 이런 동물들을 동물원에서 우리 안에 갇힌 상태가 아니라, 자연 그대로에서 야생에서 봤다는 거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야생동물을 마주할 일이 거의 없다. 끽해봐야 길냥이, 길강아지, 비둘기나 참새 뭐 이 정도. 가끔 고라니나 새 몇 종류. 내가 언제 이런 동식물들을 야생에서 볼 수 있을까.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동물원이 윤리적이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하고 싶지도 않다. 또 언제 열대우림Rain forest를 걸어볼 수 있을까. 열대 우림은 지구에서도 매우 제한적으로 존재한다.

 

이런 설명에 마음이 동한다면 돈이 얼마든 한 번쯤은 해 볼 가치가 있는 투어라고 생각한다.

원주민 문화 체험학습
가이드인 루이스가 원주민 음식에 대해 설명중
유카, 카사바
플랜틴, 플란테인Plantain, 바나나랑 비슷한데 단맛은 훨씬 덜해서 주식으로 먹는다. 난 요번에 첨 알았음. 이런 걸 알 때마다 여행이 참 감사해진다.
카사바를 갈고 수분을 제거하고 뭉쳐서 구우면 그대로 빵이 된다.
혼자 온 나를 힘들게 하지 마
전갈은 몸에 뭐 어쩌고 암튼 뭐가 있어서 UV를 쬐면 밝게 빛남

 

 

사진을 다 싣기에는 재미도 의미도 없어서 요기까지만 올린다. 위 사진 중간에 보이는 가이드 루이스는 3박4일 일정을 함께 했다. 그는 네이티브 랭귀지(아마도 소수민족 언어), 스페인어, 영어, 독일어까지 여러 말을 할 수 있고, 이 아마존에서 나서 자라 야생에 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었다.

 

일 년에 동아시아 사람 몇 명 정도가 방문하냐는 내 물음에 그는 아주 적게 온다고 답했다. 그리고 지구 반대편까지 와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별 말씀을요, 하고 답한 뒤 저야말로 이런 아름다운 자연을 보존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일어선 채로 노를 저으면서, 이렇게 말해준 사람은 내가 처음이라고 고맙다고 했다. 그게 진짜인지 아닌지 나는 모른다. 루이스는 그날 밤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다시 한 번 꺼냈다.

 

꾸야베노 아마존 투어를 하다 보면, 우림의 기온과 습도를 영구적으로 적어놓은 팻말을 보게 된다. 우림에서는 연중 날씨가 큰 변함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루이스는 여기에 적힌 것보다 현재의 기온이 훨씬 높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이과수 폭포를 방문했다. 폭포의 백미인 악마의 목구멍에는 갈 수 없었다. 예년보다 10배 더 많이 내린 폭우 때문에 수위가 높아져서 보행로가 막혔다고 했다. 지구는 지금 우리만의 것이 아니다. 어딘가에서 지나치게 많이 본 탓에, 이제는 겉이 맨들맨들 닳아버린 것처럼 아무 자극도 주지 못 하는 이 모호한 문장을 우리는 지금이라도 꼼꼼히 뜯어보고 되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