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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여행기

02. 에콰도르 키토, 항해사에게 적도선이 의미하는 바 (미따 델 문도Mita del mudo)

인천공항, 이제는 내 곁을 떠난 보르살리노 파나마 햇. 드흐흑...
경유지에서 먹은 햄버거, 한화 약 23,000원 가량

 

 

여행의 시작은 2022년 12월 14일.

 

시작부터 평탄치 않았다.

원래 티켓은 인천 - 나리타 - 휴스턴 - 에콰도르 키토 였는데, 공항을 가던 도중 받게 된 나리타 - 휴스턴 항공기의 결항 소식.

 

결국 비행기는 인천 - 나리타 - 샌프란시스코 - 휴스턴 - 키토의 여정으로 변경되었다.

스탑오버 두 번도 힘든데 총 세 번을 했다.

 

최종 도착 시간에는 변경이 없어서 일정 자체에 무리가 생기지는 않은 게 불행 중 다행일까.

항공기 결항을 겪은 것은 처음이라, 아예 일정이 다 뒤틀리는 줄 알고 걱정을 많이 했다.

 

 

 

그렇게 서른 시간이 넘는 시간을 걸려 키토에 도착했다.

숙소 직원의 택시를 타고 숙소에 도착.

 

 

 

에콰도르(Equador)의 국명은 적도(Equator, 이퀘이터)와 관련이 있다. 말 그대로 나라 안에 적도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인 키토Quito는 적도와 가깝기 때문에, 미따 델 문도Mita del mudo라는 적도 박물관이라 해야 하나 암튼 그런 게 있음.

 

미따 델 문도로 가는 버스 안

 

 

혐짤 주의.

 

 

라는 말을 사진 아래다 붙여도 소용은 없지만 그냥 쓴다.

 

에콰도르에서는 기니피그를 꾸이Cuy라는 이름으로 부르면서 식용한다.

비싸고 흔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대중적은 음식은 아닌 것 같지만,

기니피그가 원래 식용으로 키우기 시작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닌 것 같다.

 

생리적인 거부감은 어쩔 수 없는 거고, 개인의 선택은 존중 받아야 하지만

돼지, 소, 닭은 맛있고 다른 건 불쌍하니까 먹으면 안 됨 ㅠㅠ같은 사상을 강요하는

이런 비이성적, 이기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은 나랑 친구 안 했으면 좋겠다.

 

너나 나 생긴 거 가지고 누가 속으로는 뭐라 하는지 몰라도 겉으로 꺼내면 욕 먹는 것처럼,

한 나라의 문화도 그냥 그 존재 자체로 존중받아야 하는 권리가 있는 것이다.

 

노란 적도선

 

Latitude "0"
잠 많이 못 잔 게 티가 많이 나네

 

항해사에게 적도란 그 의미가 다른 이들에게보다 크다.

적도는 위도Latitude의 기준이 되는 선이고, 항해사들은 그 위도를 확인하고 업무에 활용하는 것이 일상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그런 곳에 내가 서있다는 것 그 자체로도 나한테는 큰 감동이고 떨림이다.

 

미따 델 문도에 가면, 좀 규모가 커보이는 곳과, 그 옆에 또 작은 곳 두 군데가 있다.

위 사진에 있는 곳이 규모가 큰 곳인데, 현지인의 말에 따르면 이곳은 Historical Equator, 즉 최초의 적도를 발견한 당시의 적도선이 지나간 곳이고,

앞으로 나올 곳인 두 번째 장소(Museo de intiñan)가 최신의 GPS 방식으로 측정한 Geographical Equator, 즉 "진짜" 적도선이 지나는 곳이라고 한다.

 

첫 번째 장소는 볼 곳은 저 타워밖에 없으니 사실 안 가도 됨.

두 번째 장소야말로, 체험학습도 할 수 있고, 가이드도 붙어서 이것저것 설명해주는 참 좋은 곳이다.

 

사진 그만 찍고 싶어요 가이드님
흥미로운 볼거리가 많다.
적도에서는 물을 내려도 회오리가 안 생겨
적도에서는 계란이 잘 세워져
계란 세우면 이런 거 줌

 

 

확률적으로 이 글을 읽는 사람은 북반구에 살 것이다.

북반구에와, 남반구에서는 물을 내리면 생기는 회오리가 반대방향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적도에서는 어떨까. 

놀랍게도 적도에서는 회오리가 안 생김. 진짜임 내가 봤음

 

그 외에도 적도에서만 일어나는 신기한 자연현상이 많다.

계란이 못 위에 쉽게 세워진다거나, 

평형감각이 쉽게 흐트러진다거나.

 

무세오 데 인티냔Museo de intiñan에서는 이런 경험을 쉽게 해볼 수 있고,

계란을 세우는 데 성공하면 위 같은 인증서도 준다.

 

인증서로 뭘 할 수 있는 건 없다. 그냥 기분 좋음

 

귀여운 푸른발부비새 기념품
숙소 근처 헬스장 관장 아재와 나

 

 

저러고 밥 먹고 숙소 근처 헬스장 찾아서 운동하러 감.

관장 아재 동아시아인이 와서 운동하는 거 첨 본다고 놀라심 ㅋㅋㅋㅋ 그래서 같이 사진 찍자 함.

 

키토는 해발 3,000미터 정도에 위치해 있어서 그만큼 산소농도가 낮고 희박해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평소에도 숨쉬기 갑갑하다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 한라산이 2,000미터 정도이니 한라산의 1.5배 정도 되는 곳에서 사람이 사는 셈이다.

 

거기서도 여독 엄청 쌓인 상태에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돌아다니다가 운동하겠다고 저러고 있었던 모습이 참 웃기기도 하고 어쩌면 장하기도 하고...

암튼 여기는 찾아와야만 하는 곳이니 인스타랑은 달리 개같은 사진을 올려도 덜 수치스럽다.

 

좀 수치스러워지면 지울 수도 있음.

암튼 저러고 집 와서 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