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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구로구 오류동 노포 맛집 평양냉면, 중면이 갖는 적절한 탄력

오늘은 오류동에 위치한 평양냉면집을 다녀왔다. 

 

간판

 

상호가 딱히 정해져있는 것이 아니라, 평양냉면이 그저 상호다. 평양냉면 그 자체가 되어버린 평양냉면의 괴수 같은 느낌.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말로는 정인면옥의 원조라고 하는데, 확인된 바는 없다. 

 

사진에 보이는 현관 같은 곳을 들어가면 신발을 벗고 들어가게 되어있다. 그렇다고 털푸덕 앉아서 후루룩 먹는 그런 집은 아니고, 가정집처럼 마룻바닥으로 되어있고, 테이블이 설치되어 있는 특이한 구조다.

 

요런 느낌으로다가.

 

가게 내부는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넓다는 인상은 없다. 그냥 동네 식당 같은 정겨운 느낌. 그래도 내부는 잘 정돈되어있고 깔끔한 느낌이다. 자리에 앉으면 먼저 컵에 육수를 가져다 주신다. 물냉면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더 간이 되어있는 그런 육수.

 

 

이러하다
기본적인 테이블 셋팅. 겨자와 식초가 있다.
메뉴 구성

 

인터넷에서 보았던 바로는 조금 정돈되지 않은 듯한 인상이 있었는데 그새 새롭게 단장을 하셨는지 벽면이나 메뉴판 등의 구성이 깔끔해졌다. 개인적인 취향은 노포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는 것을 더 좋아하는데, 식당에서는 청결도를 더 우선으로 삼는 사람도 많으므로... 그렇다고 노포가 청결하지 못 하고, 새로운 가게가 항상 청결한 것은 아니지만. 인상을 무시하기란 어렵다. 나는 아버지를 모시고 갔기 때문에, 물냉면, 비빔냉면, 그리고 편육 대를 주문했다.

 

돼지고기는 국내산, 소고기는 호주산을 쓴다고 하니 참고하면 될 것 같다. 그 외 기타 찬들도 모두 국내산을 사용하는 모양이다. 무엇보다 브레이크 타임이 있어서, 14시40분부터 16시까지는 영업을 하지 않으니 무조건 체크할 것. 정기휴무 또한. 이런 거 안 보고 갔다가 낭패본 적이 많아서 나는 멀리 떨어진 가게를 갈 땐 보통 전화를 해보고 가는 편이다. 당해야 배우는 성격인 듯.

 

 

 

그렇다고 한다. 하지만 처음 와서 양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는 사람은 어쩌지? 먹어봐야 추가 하고 싶어지는 뱁인디.

 

 

편육(대)와 기본찬들

 

제일 먼저 편육이 나왔다. 껍데기가 달린 오겹살을 잘 삶아서 내왔다. 잡내는 나지 않았고 고기도 촉촉한 편이었다. 사진에서 보이듯이 오돌뼈도 섞인 부위도 종종 있었고, 살코기와 지방의 비율이 적절했다. 기본찬은 빨간 김치, 백김치, 무생채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간이 세고 자극적이지 않고 상쾌하고 시원한 맛이라 부담이 없었다. 새우젓을 찍지 않고 편육과 기본찬을 함께 먹어도 맛있었다. 편육과 부드러운 식감과 기본찬의 아삭하고 상쾌한 식감이 잘 어울렸다. 

 

육수 안에서 예쁘게 또아리를 틀고 있는 물냉면
비빔냉면, 빨간 양념이 식욕을 돋운다.
비빔냉면, 물냉면 공히 냉면 안에는 고기가 세 점 정도 들어가있다.

 

물냉면은 감칠맛이 도는 삼삼한 육수다. 면은 중면 정도를 쓰고 있는데, 오랜만에 마음놓고 먹는 탄수화물이라 거기서 오는 기쁨을 감안하더라도 면이 꽤 하는 집 같았다. 적당히 삶아져서 식감도 쫄깃하고, 적당히 굵은 면을 사용해서 치아가 면을 끊어낼 때의 느낌도 꽤 좋았다. 여담이지만, 소면보다 굵다는 의미로 여러 매체에서 '중면'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을 보게 되는데, 소면은 素麵이지 小麵이 아니기 때문에, 중면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는 표현이거니와,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등재되어 있지 않고, 국립국어원에서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내가 중면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여러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내 혓바닥이 천하의 아귀의 그것마냥 길어지는 이유는 잘못된 표현을 바로잡기 위해서.,,,

 

비빔냉면은 참기름 향이 입 안을 삭 스친다. 너무 맵지도, 너무 달지도, 너무 시지도 않은 양념의 밸런스가 좋다. 편육과도 잘 어울리고 비주얼과는 다르게 부담스럽지 않아서 먹을 때 가학적인 사람이 되지 않을 수 있어서 좋다.

 

전체적으로 부담없이 삼삼하고 깔끔한 맛집이라 평해도 좋을 듯 하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부담없고 삼삼하다는 것은 강력한 한 방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집이 멀지 않은 터라 가끔씩 생각나면 종종 찾아올 듯 하지만 멀리서 손님을 모시고 오기에 적합한 가게인가를 떠올리면 그것은 좀 생각해봐야할 이야기다.

 

 

 

http://naver.me/xerN1Y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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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의 기본적인 정보는 위 사진및 URL과 같다. 브레이크타임, 휴일을 방문하시기 전에 꼭 확인하실 것.

 

최근에는 그나마 좀 덜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평양냉면이 지나치게 고평가 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당시 적어놓았던 짧은 글을 붙여넣기 하며 오늘의 포스팅을 마무리할까 한다. 끝.

 

음식에 대한 취향은 동서, 고금, 남녀, 노소 등 셀 수 없이 많은 요인에 따라 결정된다. 목축업이 발달해 시종 치즈와 고기만 붙들고 사는 나라와, 농경생활을 바탕으로 하여 채소와 곡류가 식단의 대부분을 점하는 나라의 사람이 같은 취향을 가지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설령 성장배경이 완전히 같은 쌍둥이라 하더라도 그 취향은 개인의 경험에 의해 여전히 천양지차로 달라질 수 있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인간의 다섯 가지 감각이 모두 동원되는 가장 개인적인 경험 중 하나다. 간장, 설탕과 참기름으로만 맛을 낸 차가운 소면을 먹으면, 현관문이 열린 초여름의 거실에서 어머니의 무릎을 베고 누워 느슨한 바람에 끔벅 낮잠이 들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고개를 내밀어 그 맛을 더욱 돋운다. 장어를 먹다 가시가 목에 걸려 죽을 고비를 넘긴 뒤로는 장어를 보기만해도 소름이 돋고 식욕이 뚝 떨어진다는 사람도 있다. 소면이든 장어든, 그 본연의 맛이 변한 것은 아닐 테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어떤 획일적인 잣대로 타인의 취향을 우와 열로 가르고, 자신의 선호에의 맹종을 강요하려 든다면, 바로 그 자체야말로 더없이 저열한 행위에 해당되는 것은 아닐까. 이것은 비단 음식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영화, 음악, 미술, 패션 등 개인의 취향이 개입될 여지가 있는 모든 분야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으리라.
사전적 의미를 차치한다면, 미식가란, 맛있는 음식만을 취하는 사람이라기보다 무엇이든 맛있게 즐길 줄 아는 사람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삼성급 식당에서 내놓는 정찬도, 밀반죽을 지져 설탕만 대강 뿌려 낸 부꾸미도, 모두 한 끼의 훌륭한 식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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