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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폴로 데님 셔츠에 관한 단상 - 뱀부 뭐입지? (003)

 

폴로 랄프로렌의 스테디 셀러인 데님 셔츠

 

이날은 폴로의 데님 셔츠를 입었습니다. 호물호물 얇은 놈이 피부에 닿는 촉감도 좋고, 자연스럽게 워싱된 푸른 색이 따듯합니다. 다른 옷들과 조화도 좋아서 손이 많이 가는 셔츠입니다. 멀티 컬러의 포니 로고도 아주 이쁘죠. 브랜딩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사진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상기해 봅니다. 의도치 않게 너무 노출된, 그래서 사진을 고를 때 고민 되었던 플라크 벨트Plaque belt 역시 폴로의 제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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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포스팅에서 올렸던, 브룩스 브라더스의 플라크 벨트와는 달리, 이 벨트의 버클은 스털링 실버도 아닌 스테인리스 재질에, 벨트의 폭 역시 좁지 않고 시중의 일반 벨트와 같이 넓습니다. 따라서 이놈만의 고유하고 빈티지한 매력은 조금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거꾸로 말하자면, 보다 현대적이고, 호불호가 덜 갈린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라크 벨트의 아이덴티티Identity는 가져갈 수 있으니, 시쳇말로 개이득인 셈입니다. 너무 시쳇말인가요? 죄송합니다.

 

폴로는 어떤 브랜드일까요? 이 질문에 한 문장으로 쉬이 대답 하기는 어렵습니다. 폴로가 다루고 있는 분위기가 너무 다양하기 때문이지요. 거친 사냥꾼이나 벌목꾼Lumberjack의 이미지부터, 멀쑥한 신사의 이미지까지, 폴로가 담고 있는 무드는 한계가 없는 듯 보입니다. 

 

이게 다 한 회사에서 나온 광고다 이말이야

 

폴로 랄프로렌 뿐 아니라, 다른 브랜드의 라인업까지 합치면 훨씬 더 그 이미지의 범위는 넓어지겠지요. 이런 다양한 이미지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단어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아메리칸 트래디셔널, 혹은 아메리칸 헤리티지Heritage입니다. 요 몇년 간 힘을 얻고 있는 '아메카지'라는 단어도, American casual의 일본식 발음인 아메리칸 카쥬아루アメリカン・カジュアル의 준말입니다. 비슷한 단어로 '아메토라'도 쓰이고 있는데, 이것 역시 아메리칸 트래디셔널의 일본어 발음인 아메리칸 토랏도アメリカン・トラッド(American trad)의 준말입니다. 아메카지와 아메토라는 이미 그로서 아메리칸 캐주얼, 트래디셔널과는 분리된, 아시아의 색을 입힌 미국식 옷차림이라는 한 장르가 된 듯 보이지만, 가능하면 원래의 말을 사용하는 것이 좋겠지요. 

 

데님은 이런 폴로의 이미지와 많이 닮아있습니다. 태생은 노동자의 옷이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탤리언 프리미엄 테일러링 브랜드에서도 데님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본래의 거칠고 남성적인 이미지가 퇴색되었을까요? 전혀 아니지요. 아직도 데님은 가장 야성적이고 러프한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는 소재 중의 하나입니다. 계절감도 마찬가지입니다. 헤비온스부터 샴브레이까지, 어느 계절에나 입을 수 있지요. 다른 아이템과의 상성도 좋습니다. 어떤 소재나 질감과도 특별히 눈에 거슬리는 일 없이 잘 녹아들지요. 거의 전천후全天候라 불러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폴로나 데님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어디에든 자연스럽게 잘 스며들지만, 동시에 자신의 색채 역시 또렷한 그런 사람이요.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얼마나 감사한 일일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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