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다. 목덜미에 내려앉는 햇살이 따스하다. 코트를 안 입은 지도 꽤 되었다. 길 위의 사람들의 옷이 밝아졌다. 이 봄에 가장 어울리는 스타일이 뭘까? 그것은 바로 고스룩.
사실 구라고, 글의 제목을 보고 예상하셨듯이 이번 글에서는 아이비리그 룩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한다. 그렇다면 '어센틱(Authentic)'하다는 것은 뭘까. 그게 뭔데 저런 제목으로 어그로를 끄는가. 어센틱의 정의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여러 의미 중 '전통적이거나 원래의 방법으로 제조된'이라는 뜻을 볼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정도(正道)라고 보아도 되겠다. 뱀부가 아이비리그 룩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때, 머릿속으로는 대충 어떤 것이 아이비리그 룩인지는 알겠는데, 명확하게 어떤 특징이 있는 건지 알아보고 싶어서 인터넷에 검색을 해도 한국 웹에서는 찾기가 쉽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고. 그리하여 이번 글에서는 아이비리그 룩 아이템 중에서도 자켓과, 하의의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특징을 정리해보려 한다. 다만, 아이비리그 룩과 그 기원이 무엇인지는 '미국 북동부의 대학들...'로 시작하는 글이 한국 웹에도 차고 넘쳐나니 여기서는 굳이 다루지 않도록 하겠다.
아이비리그 룩의 특징
자켓
- 프론트 버튼 : 3 roll 2 혹은 투 버튼 & 무광택
3r2 또는 3 roll 2란, 버튼은 세 개 달렸지만, 위에 보이는 자켓처럼, 제일 윗 버튼은 평소에는 보이지 않도록 접혀있는 자켓을 말한다. 원래 쓰리- 버튼 자켓을, 아직 수입이 없는 학생들이 투 버튼으로 개조해서 입던 것이, 아이비리그 룩이 되었다는 설이 있다.
- 프론트 다트 없음
프론트 다트(Front darts)란, 자켓의 실루엣을 잡아주는 선이다. 이탈리안 수트에서는 이 프론트 다트를 강조하여 허리를 살리고 곡선 있는 실루엣을 만들어내고, 최근 기성 수트에서도 대부분 이 디테일이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아메리칸 트래디셔널의 하나인 아이비리그 룩의 자켓은 이 다트가 없어, 자켓의 실루엣이 통으로 떨어진다. 덩치가 큰 미국인들의 실리주의가 담긴 이 자켓은, 자루 같다는 의미로, Sack suit 혹은 Sack jacket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 소매 버튼 : 두 개 (프론트 버튼이 투 버튼일 땐 세 개)
아이비리그 룩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디테일이다. 다들 잘 아시다시피, 다른 스타일의 자켓에서는 3, 4개의 소매 버튼이 달린 것이 보통이다.
- 벤트 : 훅 벤트 (Hook vent)
위 사진처럼, 자켓 중심선을 따라 잘 내려오다가, 오른쪽으로 까딱 꺾여서 다시 내려오는 벤트가 하나 있는 것이 아이비리그 룩 자켓의 빼놓을 수 없는 디테일이다.
- 스티치 : 5~6mm(Quater inch) 머신 스티치(미싱 스티치)로 이루어진 풀 스티치
위 사진을 확대해서 보면, 라펠부터 자켓 아래 까지 쭉 박음질(스티칭)이 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6mm의 머신 스티치로 이루어진 이 스티치는 어깨, 등판, 포켓 플랩에도 적용되기도 한다.
- 프론트 컷 : 라운디드 프론트
자켓의 앞섶의 아래쪽이 자연스럽고 둥글게 표현 된 것을 말한다.
- 어깨 : 자연스러운 라인
하의
- 턱 : 노턱
턱, 플릿츠는 다들 아시겠지만 바지의 활동성을 위해 앞판에 잡아놓은 주름을 말한다. 아이비리그 룩의 바지에는 그런 주름이 없다.
- 뒷 주머니 : 왼쪽만 버튼 있음
- 옆 주머니 : 수직의 형태
- 벨티드 백(Belted back, 백 스트랩이 달려있는 것)이라면 금상첨화.
- 폭은 좁고 기장은 깡총하게.
쓰다보니 글이 너무 길어졌다. 원래는 기타 카테고리까지 만들려고 했으나 너무 힘드렁.. 좀 쉬고 싶어,, 그래서 글은 여기서 마칠까 한다.
패션에 있어서 어센틱하다는 것은 참 재미있는 요소다. 내가 가진 아이템이 어센틱한 요소를 충족하는지 알아보는 것도, 그것이 태초에 어떤 목적에서 기원했는지를 찾아보는 것도, 분명 옷이 줄 수 있는 또 하나의 재미다. 그렇지만, 전술한 요소를 충족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아이비리그 룩이 아닌 것도 아니고, 충족한다면 무조건 아이비리그 룩이 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뱀부는 패션 뿐만 아니라 어떠한 사상에 있어서든, 그 이름이 본질을 앞서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천 만 명의 사람이 있으면, 천 만 개의 사상이 있어야 한다. 다만 편의상 그들을 비슷한 것끼리 묶어서 하나의 이름으로 부르고 있는 것일 뿐이다. 아이비리그 룩은 이래야 해! 보수는 이래야 해! 그게 무슨 진보냐! **주의는 그런 거 안 해! 하는 것들은 도리어 개인의 사상의 자유를 옭아매어사회의 전체적 효용을 저해하는 폭력적인 전체주의인 셈이다. 아이비 리그 룩을 말하다가 어쩌다 전체주의까지 이야기가 요란스럽게도 번졌다. 요컨대, 사람이 옷을 입어야지, 옷이 사람을 입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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